기술이 조금 무섭다

사진 한 장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

nocklock 2026. 9. 17. 14:21

사진하나

사진 한 장을 찍었다.

 

그냥 커피 한 잔과 노트북이 놓여 있는 평범한 사진이다.

우리가 사진을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당연히 사진 속 장면이다.

그런데 개발자의 시선으로 사진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사진에는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 외에도 여러 종류의 정보가 함께 존재할 수 있다.

물론 사진 한 장만으로 누군가의 모든 개인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정도로 단순하지도 않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과장에 가깝다.

다만 사진을 만들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던 정보가 함께 포함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사진 속에는 먼저 '보이는 정보'가 있다

가장 단순한 것은 사진에 실제로 찍힌 정보다.

예를 들어 책상 사진을 찍었다고 생각해보자.

사진 한쪽에 이런 것들이 함께 찍힐 수도 있다.

  • 택배 송장
  • 명함
  • 회사 출입증
  • 영수증
  • 모니터 화면
  • 문서
  • 전화번호나 이메일이 적힌 메모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는 보통 중심에 있는 피사체에 집중한다.

커피를 찍었다면 커피를 보고,
노트북을 찍었다면 노트북을 본다.

하지만 컴퓨터는 사진 전체를 볼 수 있다.

그리고 OCR, 즉 이미지 속 문자를 읽는 기술을 사용하면 사진 안의 텍스트를 추출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사진에

010-1234-5678
 

같은 문자열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면,

프로그램은 그것이 전화번호와 비슷한 형태라는 것을 판단할 수 있다.

이건 특별한 해킹 기술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이미 자주 사용하는 문자 인식 기술에 가깝다.


사진 파일 자체에도 정보가 들어갈 수 있다

사진에서 눈에 보이는 정보만 있는 것도 아니다.

디지털 사진 파일에는 경우에 따라 EXIF라는 메타데이터가 포함될 수 있다.

EXIF는 쉽게 말하면

이 사진이 어떻게 촬영되었는지 기록하는 부가 정보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사진에 따라 이런 정보가 포함될 수 있다.

촬영 날짜와 시간
카메라 또는 스마트폰 모델
사진 크기
ISO
셔터 속도
조리개 값
GPS 위치 정보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있다.

모든 사진에 GPS 정보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기기의 위치 설정이나 카메라 설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메신저나 SNS 같은 서비스를 통해 업로드되는 과정에서 사진이 다시 압축되거나 변환되면서 EXIF 정보가 제거되기도 한다.

즉,

인터넷에 올라온 모든 사진에서 위치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라는 식으로 이해하면 틀리다.

내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것보다 훨씬 단순한 부분이다.

우리가 사진을 하나의 이미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파일에는 이미지 외의 데이터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


각각은 별것 아닌 정보일 수 있다

사진에 촬영 시간이 들어 있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카메라 모델을 안다고 해서 누군가를 특정할 수도 없다.

사진에 카페가 찍혀 있다고 해서 정확한 위치를 반드시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각각을 따로 보면 대부분 평범한 정보다.

하지만 개인정보와 보안을 공부하면서 흥미로운 점은

정보는 하나보다 여러 개가 결합됐을 때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사진 안에 우연히

이름
회사명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가 동시에 노출되어 있다면,

각각 따로 존재할 때보다 개인정보 노출 위험은 커진다.

그래서 보안에서는 단순히

개인정보가 있느냐, 없느냐

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보가 얼마나 노출되어 있고
서로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를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술이 무서운 이유보다 더 중요한 것

이 시리즈의 이름을
'기술이 조금 무섭다'라고 지었다.

그렇다고 기술이 위험하니 사용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OCR도 유용한 기술이고,
사진 메타데이터 역시 사진을 관리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된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기술 그 자체보다

그 기술이 어떤 정보를 처리하고 있는지 우리가 모르고 사용할 때 생긴다고 생각한다.

사진 한 장은 그냥 사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사진 속 문자
+
파일의 메타데이터
+
사진 속 주변 정보
 

를 함께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사진을 공유하기 전에 잠깐 확인하는 습관 정도는 가져볼 만하다.


사진은 기억이지만, 동시에 데이터다

예전에는 사진을 보면 그냥 기록이라고 생각했다.

여행 기록, 음식 기록, 일상의 기록.

그런데 개발자로 다시 공부하면서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은 이미지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데이터 파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데이터에는 때때로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던 정보가 함께 들어갈 수 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은 꽤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기술을 무서워하기보다는,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기술 때문에 생기는 작은 위험을
기술로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보고 싶다.

Security Lens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도 결국 그곳에 있다.


사진 한 장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