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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어디까지 써봤니? 문서·지도·판례로 현실 문제를 해결해본 과정

nocklock 2026. 9. 23. 08:36

ChatGPT를 꽤 오래 쓰고 있다.

코드를 물어보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자료를 정리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써봤다.

현실에서 생긴 문제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풀어봤다.

개발 문제가 아니었다.

오래된 부동산 권리와 관련된 일이었고, 공공기관과 계약, 보상, 법률적인 내용까지 여러 가지가 섞여 있었다.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단순했다.

이걸 내가 어떻게 알아보지?

전문가에게 맡기면 편하겠지만, 문제는 내가 지금 상황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무엇이 맞는지 모르는데 누군가에게 전부 맡기는 것도 조금 불편했다.

어디까지 써봤니

그래서 일단 ChatGPT를 켰다.


처음에는 그냥 문서를 보여줬다

가지고 있던 문서를 업로드했다.

그리고 물었다.

“여기서 내가 봐야 할 게 뭐야?”

AI는 문서 안에서 권리관계, 면적, 과거 계약 내용 같은 것들을 하나씩 찾아냈다.

여기까지만 보면 평범하다.

PDF 읽어주는 건 이제 별로 신기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그다음부터 조금 달라졌다.

문서 안에 적혀 있는 정보를 기준으로 실제 판례를 찾아보고,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지금 문제가 단순히 “예전에 돈을 받았느냐”가 아니라,

과거 계약으로 확보된 범위와 현재 법적으로 제한되는 범위가 같은가

라는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질문 자체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는데, 문제의 형태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문서 다음에는 지도를 열었다

여기서 끝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해당 시설이 토지를 어떻게 지나가는지가 궁금해졌다.

공공 지도 서비스를 열고 항공사진을 띄웠다.

필지 경계를 표시하고, 시설물을 찾아보고, 주변을 확대했다.

철탑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있었다.

송전선으로 보이는 선도 있었다.

ChatGPT에 화면을 계속 보여줬다.

“이게 맞아?”

“어디를 재야 해?”

“이 방향으로 따라가면 돼?”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AI에게 질문하는 게 아니라 같이 디버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개발할 때와 꽤 비슷했다.

가설을 하나 세운다.

자료를 확인한다.

틀리면 다시 수정한다.

그리고 다음 단서를 찾는다.

실제로 중간에 AI가 잘못 추정한 부분도 있었다.

처음에는 시설이 필지를 어느 방향으로 지나가는지 잘못 판단하기도 했고, 사진만 보고 특정 전압일 가능성을 높게 보기도 했다.

새로운 지도를 보여주자 그 추정은 다시 바뀌었다.

이 부분이 오히려 좋았다.

AI의 첫 답을 정답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계속 검증하면서 쓰는 방식.

내가 생각하는 AI 활용은 이쪽에 더 가깝다.


결국 해야 할 일이 명확해졌다

처음에는 이런 상태였다.

이게 무슨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몇 시간 뒤에는 이렇게 바뀌었다.

어떤 기관의 어느 담당 부서에 전화해야 하고,
어떤 자료를 확인해야 하고,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실제로 전화할 때 사용할 질문도 전부 정리했다.

선로의 정확한 명칭은 무엇인지.

몇 kV인지.

과거 계약 면적은 어떤 기준으로 계산됐는지.

현재 추가 보상 대상인지.

추가되는 면적은 얼마인지.

과거 사용분에 대한 보상은 별개의 문제인지.

필요한 도면과 산출자료를 받을 수 있는지.

심지어 담당자가 나에게 반대로 질문할 가능성까지 생각해서 답변을 정리했다.

이쯤 되면 단순한 검색은 아니다.


ChatGPT가 문제를 해결해줬을까?

아니다.

이게 이번에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이다.

AI가 문제를 대신 해결한 것은 아니다.

공식적인 판단은 결국 해당 기관이 해야 하고, 법적인 판단이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검토도 필요하다.

AI가 할 수 없는 영역도 분명히 있었다.

사진만으로 시설의 정확한 사양을 100% 확정할 수는 없었다.

오래된 도면도 바로 꺼내올 수 없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추정이 틀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굉장히 유용했다.

왜냐하면 AI가 한 일은 정답을 주는 것보다,

내가 문제를 풀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주는 것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현실 문제도 디버깅할 수 있었다

이번에 내가 사용한 흐름을 개발식으로 표현하면 대략 이랬다.

문제 발견 → 자료 확보 → 가설 설정 → 공식자료 확인 → 지도 검증 → 가설 수정 → 필요한 정보 특정 → 실제 행동 준비

코드에서 버그를 찾을 때 하는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쩌면 AI의 가장 강력한 사용법은 여기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르는 것을 그냥 물어보는 것보다,

복잡한 문제를 잘게 쪼개고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데 사용하는 것.


AI를 잘 쓴다는 건 질문을 잘하는 것보다

예전에는 프롬프트를 잘 쓰는 것이 AI를 잘 쓰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좋은 질문 한 번보다 중요한 것은

자료를 주고, 답을 검증하고, 다시 자료를 찾고, 틀린 부분을 수정하면서 계속 진행하는 것이다.

AI에게 정답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같이 조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꽤 재미있다.

처음에는 전혀 모르는 분야였는데 몇 시간 뒤에는 적어도 전문가에게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지는 알게 된다.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